6개월전 마지막으로 봤던 H는 손목시계를 두개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그는 그 두 시계를 왼 손목에 나란히 차고 다녔다. 하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미 멈춰버린 시계와 또 하나는 그 시계가 멈춘지 얼마나 되었는지 카운트 있는 스톱워치 기능의 시계였다.
  벌써 사귄지 2년 반이나 되었는데도 그 시계를 처음 보았던 여자친구는 어느 바에서 당연한듯 정색을 하며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사실, 그가 그 시계를 차고 있는 이유보다는 왜 그동안 자신이 그 시계를 보지 못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한 여름 반팔 폴로 셔츠를 입은 모습, 더구나 수영장도 함꼐 갔었는데 한번도 벗어놓은 적이 없다는 저 한쌍의 시계(물론 모양이 같은 것은 아니다. 멈춰버린 시계는 정확히 '11시 7분' - 초침은 없는 - 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옆은 이제는 더이상 보기 힘든 모델의 전자 시계였다.)를 오늘에서야 처음 발견한 것이었다. 벗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살짝 들춰본 시계 아래의 살결은 운동을 좋아해서 구릿빛으로 잘 구워진 그의 팔뚝과 정확하게 대비되는 새하얀 빛이 났다.
  '음...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걸? 왜 이렇게 시계를 차고 다니는지 말야.'
  그리고는 앞에 놓여있던 맥주병을 들고 주변을 힐끗 거리며 조금씩 목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무언가 근사한 대답, 가령 '내가 번개를 맞았을 때 차고 있던 거야. 스톱워치는 그 이후의 부록처럼 딸려온 삶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고...'와 같은 내용을 내심 기대했던 여자친구는 다시 물었다.
  '그럼 신발은 왜 짝짝이 인거야?'
  맥주병을 들어 마시던 H는 힐끗 자기 신발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시계 때문이지. 이렇게 시계를 두개나 차고 있으면 신경쓰여서 신발은 아무 의미가 없어져'
동시에 H는 왼쪽의 검은색 스니커즈와 오른쪽의 갈색 드레스 슈즈를 딱딱 부딪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