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싱숭생숭하던 차에 집사람이 던진 한마디,
"우리 시청 갈래요?"
게다가 서울시청 광장이 개방되었다는 친구 집사람의 전언이 있었단다.

유모차는 운행이 불가할 듯 하여 아이에게 함께 걸어가자고 하니 OK. 하지만 어린이집 가방을 죽어도 가져가겠단다. 안에 장난감을 꽉꽉 채워서... 별 수 있나, 아무튼 아이 짐을 챙기고 깨끗한 옷을 챙겨 입고 (면도도 한 번 더 하고) 부랴부랴 출발.
저녁 7:00.

지하철 1호선까지 타는데 30분이 걸렸다.
아이의 걸음걸이와 보조를 맞추고 또 제과점에 들러 아이 빵도 사주고 전철에 올라타니 이미 온 몸은 땀에 절고 오나전 넉다운.
다행히 전철 안은 추울 정도로 시원하고 한산해서 기운을 다시 차릴 수 있었다.

아이와 놀아주며 도착한 시청역. 개찰구를 나오니 이미 앞에는 참배객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아, 눈가가 벌써 뜨거워진다. 지금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3번 출구로, 대한문쪽으로 나와 시청광장을 보니 응? 개방되어 있다던 광장은 '명박산성2'로 여전히 봉쇄 중...
잘못된 정보에 확인조차 안하고 움직인 죄도 있지만 봉쇄중인 견(犬)찰을 보니 슬며시 욕지기가 올라온다.

그래도 어쨌든 아이를 안고 집사람과 함께 대한문 쪽으로 수많은 인파를 헤치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동.
아이는 긴 끈에 달린 노란 색, 검은 색 리본을 계속 붙잡으며 깔깔깔 웃음을 터트린다...

대한문 앞 노란 천막, 길게 선 조문 행렬과 참배객, 새하얀 국화꽃, 아름다운 자원봉사분들... 그 가운데에서 대통령이 웃고 계셨다...

가만히 서서 볼 수 만은 없어서 대한문 앞 던킨으로 들어감.
그리 복잡하진 않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는 진상 짓 시작.
이 색깔 음료수 사달라, 저 색깔로 사달라, 도넛도 이것 저것 골랐다 내려놨다, 사람 진을 다 빼놓는다.
그래도 억지로 사서 입에 물려놓으니 잠잠.
그렇게 30여분 앉아서 분향소를 바라보았다...

아이 덕분에 분향도 못하고 그렇다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죄스러워 귀가 결정.
집으로 돌아온 시각 9:30...

비록 분향은 못했지만 아주 조금 죄스러움이 줄어든 것도 사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리에 누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그와 함께 내 청춘도, 내 열정도 떠나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