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어색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가끔씩 나 스스로 누구인지, 혹은 아주 가까운 가족, 친구들이 마치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로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잘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의 얼굴을 몰래 훔쳐 보거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아, 이사람 혹은 나의 콧날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눈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입술은 이랬구나'라고 새삼스레 감탄아닌 감탄(실망)을 하곤 한다.그리고는 내가 정말로 이사람에 대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스물스물 피어나기도...
근 이주일 동안 붙잡고 있던 책이 있다. 상, 하 2권으로 되어 있고 책의 겉표지 디자인보다는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는 물결문양이 겉표지 전체를 아름답게 감싸고 있는 책, 바로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이다.
변호사인 갈립은 갑자기 없어져버린 아내 '뤼야(터키어로 꿈이라는 뜻)'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함께 사라진 의붓 오빠이자 칼럼리스트인 제랄과 같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갈립은 그들을 찾아 이스탄불의 작은 골목까지 훑고 다니면서 숨겨진 신화와 전설, 그리고 자신의 추억, 이제는 새로 흘러든 서양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터키 문화를 구석 구석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을 찾지 못하는 갈립은 제랄의 집에서 제랄이 쓴 칼럼을 읽으며 그들을 추적하고 결국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인 제랄 행세를 하기에 이른다. 제랄의 이름으로 칼럼을 발표하면서 사라진 뤼야와 제랄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지만 제랄의 글과 그의 생각을 읽고 그를 닮아가는 과정에서 그가 제랄인지 제랄이 그인지 본래 그는 누구였는지 의심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갈립의 이야기와 제랄의 칼럼이 격자로 구성된 이 소설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추리 소설도 아닌, 터키의 과거의 자취들을 되짚어 보는 성격의 역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 미묘한 경계 위에 자리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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